러닝머신 하는 K-공대생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본문
별 거 아닌 거에 마음에 안 들고 짜증 내고 툴툴대는 날이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늦잠을 자 늦게 들어간 수업은 이해가 안돼서 수업 도중 인터넷을 찾아보다 또 다음 내용을 놓쳤다. 이걸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물음표만 머릿속에 남긴 채 수업이 끝났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게 왜인지 분했다.
강의실 밖에 나왔다. 쨍쨍한 햇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 투벅투벅 걸으며 이해못한 내용을 다시 쳐다보면서 식당에 갔다. 답답한 마음에 뜨거운 밥을 입 안 가득 채우며 괜히 화풀이를 했다. 입만 뜨거웠다.
밥을 먹으며 비대면 수업을 듣기 위해 줌에 접속했다. 식당 소리에 잘 안들려 볼륨을 최대로 키웠다. 너무 쉬운 내용을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게 맘에 안 들었다. 누군가는 이걸 아까의 나처럼 끙끙대고 있었겠지.
기분도 풀고 뜨거웠던 입도 식힐 겸 내가 좋아하는 주스를 주문했다. 괜히 빨대를 세게 내리 꽂으면서 이번엔 주스에게 분풀이를 했다. 미친 짓이었다. 살아있지 않은 뚜껑에 화를 풀고 있었으니.
수업을 듣고 학교에서 학생 전체로 보낸 격려 메일을 보았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AI를 제외한 6개 종목에서 승리하여'라는 말이 거슬렸다. 내가 마지막에 더 열심히 테스트해봤더라면, 학교에 지원을 요청해서 학습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해 봤더라면, 팀원들을 더욱 격려해 참여시켰다면 완승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아쉬움과 후회가 들었다. 허나 이미 끝난 걸 어찌하나.
이후에도 별 거 아닌 걸로 서운해하다가 다시 기숙사에 들어갔다. 과제나 공부도 안끌리고 별 거 아닌 거에 감정에 휘둘려 주변에 분풀이나 하고 하루를 망친 것 같아서 후회되고 속상했지만 머리 아파서 그냥 누워서 잤다.
일어나서 오늘 하루를 다시 돌아보니 좋은 부분도 많았다. 사실 늦잠을 잔 것도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볼츠만 머신과 RBM 에 대해 공부하고 재밌어서 룸메랑 새벽까지 얘기하다 자서 그랬고, 비대면이라 재미없다고 느낀 수업도 사실 비대면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식당에서 밥을 먹지 못했을 것이며, 잔액이 원래 거의 없었는데 오늘 학자금이 입금되어 주스를 사 먹을 수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나를 위해 신경 써준 것들이 고마웠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별 거 아닌 거에 기분이 안 좋아지고 괜히 주변에 분풀이 하는 날.
그런 날일수록 더욱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